본문으로 바로가기

메르스가 진짜 무서운 이유

category I&U 2015. 6. 15. 17:53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연일 언론에서 들려오는 메르스의 심각성에 대해서.

 

그저 나에게만 오지 않으면 되며, 또 그럴거라 믿으며,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일에 지장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 내 근처에 오지 않았으니 말로만 심각하네 떠들어도 실제로 나는 심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심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설사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건 나중의 문제지 지금부터 미리 걱정하거나 위축된 삶을 살기도 뭐하구요. '죽음의 공포' 수준은 아니란 얘깁니다.

 

 

이번주 주말에 작년연말부터 공표해온 친구들과의 제주도여행이 잡혀있었습니다.

 

가족들까지 포함한 여행이기에 규모가 얼추 20명 남짓입니다.

 

야심차진 않지만 그래도 이동수단과 숙소, 제주도환상이 빚어낸 어느 정도의 여행코스란걸 잡아야 하기에 저도 나름대로의 시간을 투자하며 준비해왔고 준비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놈의 메르스가 말썽입니다.

 

뭐라 얘기할수가 없습니다. 가자는 말도, 말자는 말도 못하겠습니다.

 

기다려왔던 여행이기에 그렇고, 진정될 줄 알았던 메르스 상황이 매주가 고비라며 사람들을 위축시켜 걱정이 안들수도 없기에 그러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축내며 반긍정상태로 흘러가던 여행예정에 어제 드디어 친구 한놈이 어렵게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메르스때문에 도저히 갈수가 없겠다고, 그건 양쪽 부모님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셔서 더더욱 어렵겠다고'

 

더더군다나 뭐라 말할수가 없겠더군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화를 낼수도,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도 말할수가 없습니다.

 

그냥 알았다고, 어쩔수 없는 일이니 알았다고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가는걸 먼저 포기할수는 없겠다는 것도 얘기했습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찜찜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몇일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모 아니면 도만 생각해야 합니다 ㅠㅠ 결국 가는것으로 정리는 되더군요.

 

 

메르스는 전염병입니다.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접촉하면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바이러스입니다. 조금이라도 스치거나 했더라도 격리를 얘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전염도가 높게 확진자를 양산해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백명을 넘어서고 격리자가 오천명을 넘어서고, 정부가 잘못했느니 서울시장이 잘못해 검찰수사를 하느니, 사실을 감추지 말고 얘기하고 책임론과 현실적 방법론을 총동원하여 논한다해도 실상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이 정도도 막아내지 못하고 확산세가 감당할 수 없을 상황이 된다면 차라리 대한민국은 망해야지요. 이게 무슨 시스템을 갖춘 나라겠습니까.

 정작 중요한건 우리안의 불신이 얼마나 자라고 있을까가 걱정이지 싶습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걸리지 않게 하겠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그러다가 걸리게 되어 격리조치라도 당한다면 또 그게 무슨 의미인지, 어떤 느낌일지. 또 우리는 메르스환자들을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게 될지. 정말 내안의 생각과 느낌들이 올바르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점점 사라집니다.

 

의외로 알수없는 바이러스 전염에 의해 벌어지는 상황과 사투에 대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습니다. 한때는 영화 한편을 다볼 정도로 유행을 따르다가 한때는 조금 짜증스러워서 기피한 영화장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내용전개는 백이면 백 똑같습니다. 사람에서 사람이 아닌게 되는 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내용이죠. 결국 사람이 아닌 사람은 사람과 같이 있을수가 없게 됩니다. 모두 죽여야 되는 내용을 보게 되면서 아쉬운, 미묘한 표정으로 영화가 마무리되게 됩니다.

 

메르스 그냥 걸리게 하면 안될까요. 그냥 감기처럼 지나가게 하면 안될까요. 현대의학이 메르스란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서 왜 이토록 길게 침묵하는걸까요. 잘 지나가면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이지 분노가 치밉니다. 점점 더 멀어지거나 멀어져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 슬픔이 밀려듭니다.

우리는 왜 점점 더 불신의 상황을 목도해야 삶에 맞닥뜨려야 할까요.

 

전 그게 진짜 지금의 현실에서 메르스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추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