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여름날, 하늘의 은하수를 보면 커다란 보석을 달고 날갯짓하는 독수리가 있습니다. 커다란 보석은 다름아닌 견우별로 독수리자리에서도 가장 밝은 별입니다. 하늘 아래쪽에 머무르던 밤하늘의 미남별 견우는 음력 칠월칠석이 다가오면 서서히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거문고자리의 직녀별과 함께 하늘의 중앙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이렇게 1년에 단 하루, 음력 7월 7일에 만나는 두 별에는 아름다운 전설 하나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옛날 하늘나라의 옥황상제는 아름답고 베를 잘 짜는 딸 직녀가 혼기를 놓쳐 혼자인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잘 생기고 믿음직한 목동 견우와 인연을 맺게 했습니다. 뒤늦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할일을 제쳐 놓고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하늘나라에서는 옷이 부족하고 가축이 죽어 가는 등 혼란이 생겼습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하늘나라의 질서를 위해서 이들 부부를 떼어 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 은하수를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떨어져 있게 된 견우와 직녀는 , 1년에 단 한 번 까마귀와 까치들을 불러 은하수를 잇는 다리, 오작교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이날이 바로 칠월칠석입니다. 때문에 칠월칠석날 낮에 내리는 비는 두 사람이 해후를 반가워 하며 흘리는 눈물이고, 밤에 내리는 비는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흘리는 눈물이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칠월칠석날을 큰 명절의 하나로 생각하고 많은 행사들을 벌였습니다. 선비들은 이날 날씨가 좋으면 그간 학문의 깊이를 더해 주었던 책을 햇볕에 말리고, 바람이 솔솔 부는 그늘에 술자리를 벌여 시를 짓는 등 풍류를 즐겼습니다. 여인들도 하루 종일 바쁜데, 우선은 김매기하느라 집안 구석구석 처박아 둔 옷가지들을 꺼내 빨래를 한 다음 햇볕에 말렸습니다. 이렇게 칠월칠석에 책과 옷가지를 말리는 것을 '쇄서폭의' 라고 하며 이날 볕에 말린 옷가지와 책은 1년 내내 좀이 슬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채마밭에 나가 햇고추며 가지, 나물을 바구니 가득 따와 살짝 데쳐 갖은 양념에 오물조물 무쳐서 그것으로 조상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농사꾼들은 칠월칠석에 조바심을 내며 날씨를 살폈는데, 이날의 날씨가 그 해의 농사를 점쳐 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흐르는 강물에 몸을 씻으면 재앙과 병을 말끔하게 씻어 준다고 하여, 곳곳의 시냇가에는 아침부터 어린아이들이 몰려들어 몸을 씻곤 했습니다. 그밖에 칠월칠석날 밤이 되면 처녀들은 은하수 한가운데 보석처럼 빛나는 견우별과 직녀별을 향해 절을 하면서 좋은 옷감을 짤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했습니다. 직녀처럼 베를 잘 짜는 여인이 되기 위해 치르는 이 행사는 '걸교(乞巧)' 혹은 '성제(星際)'라 불렸습니다.
- 좋은생각 中